아침에 일어나서는 심박수가 빨라지는 운동보다는 정신을 차리기 위한 운동을 하는 편이다. 몸도 예전 같지 않아서 괜히 막 움직였다가 '앗싸~ 호랑나비~!' 하게 될 일이 없으리란 법이 없지 않은가. 아침에 일어나서는 주로 아주 단순한 동작으로 후다닥 하는 편이다. 그리고 따듯한 음료와 커피로 정신을 차리는 운동에 집중한다. 요즘은 바닥에 폼롤러를 대고 누워서 등판 구석구석을 밀대로 칼국수 반죽 밀듯이 밀어대는 걸 주로 한다. 시원~허니 '어구구구'가 절로 나온다. 눈도 번쩍 뜨이고!
그렇게 아침 루틴이 끝나고 될 수 있으면 첫 끼니를 하기 전에 유산소 운동을 한 판 하려고 한다. 나름의 공복에 운동이란 걸 해보려는 속셈이다. 공복에는 뭘 하든 금방 힘이 딸린다. 공부든, 운동이든, 심지어 너무 배고프면 잠도 안 온다. 다행히(?) 아직 회복기인 무릎을 핑계로 자전거 타기를 '5분 타기'로 시작해서 하루에 1분씩 늘려나갔다. 5분일 때는 정말 껌이었지. 그리고 나름 보람도 있었다. 왠지 이런 식이라면 금방 30분 정도를 탈 수 있겠노라고 상상하며 뿌듯해했다. 시간이 어느덧 흘러,요즘 20분을 타야 하는 그때가 왔다.
10분 안팎으로 탈 때는 유투브로 각종 짤들을 보면서 탔다. 운동도 하고, 세바시 같은 강연도 듣고, 일석이조라며 알차고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러나 20분이 가까워지면서는, 운동을 집중해서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별생각 없이, <indoor cycling>을 유튜브에 찍어봤다. 20분짜리, 제목도 "Burn Fat Fast!" 맘에 딱 든다. '이거네.!' 그리고 나도 같이 해본다. 시작할 때부터 '너무 힘들면 중간에 하다 말면 되지!'라는 얌체 같은 각오로 가비얍게 임했다. 마침 화면에 나오는 멋쟁이 언니들... 저렇게 날씬한데 이걸 왜 하나.. 싶은 언니들이다. 나도 같이 페달을 밟았다.
15초 빨리 밟고 15초 쉬고를 3분, 30초 밟고 30초 쉬고, 그러다 45초 밟고 45초 쉬고.. 그러니까 이거 겁나 힘들다 ㅠㅠ.. 이렇게 기나긴 45초가 있다니...세상에 마상에... 하다보니 어느 새, 오늘 나의 목표 분인 18분이 다가온다...아직 안 왔다.. 나의 조용한 애마 써니(자전거 이름이 Sunny)의 계기판이 17: 3?초를 깜박이고 있다. 으아...힘들어.. 나 물병도 안 꽂아놔서 느무 힘들다. '이제 그만해야지..'라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아..언제 ...그만 할까 ??'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도 모르게 습관적인 나의 말버릇이 소리내어 튀어나오고 말았다.
" 으...흐..할 수 있어! 나 할 수 있어! "
이 말이 내 입에서 소리가 되어 발화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뭉클! 하면서 순간 목메었다.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고. 그 대신 온 몸으로 땀 주룩주룩 흘렸다. 그런데 신기하다. 나의 그 의미없는 말 버릇이 이상야릇하게도 나에게 응원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 나 할 수 있어! ' 신기하게도 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정말 으아악 힘든데, 그냥 수그리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왜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20분 짜리 운동 영상이라고 클릭했는데, 유투브 영상은 아직 몇 분 더 남았다. 힘들어 죽겠는데, 시간이 몇 분 더 남았건 덜 남았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느무 힘들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고 안내 목소리가 하라는 대로 더 밟다가 말다가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제 다 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으아아아........ "엄마, 나 다 해먹었어!!!!" 써니의 계기판을 보니 왠일이니~
더 기쁜 건.. 아팠던 내 무릎도 아프지 않았다. 이제 운동을 해도 될 만큼 회복이 된 것 같다. 무릎보다는 지금 궁뎅이가 더 뻐근하다.
혼자서 이러는게 처량해 보일래나? 그렇지만, 나는 오늘 나한테 너무 고마웠다. 나의 그 몹쓸 혼잣말이 아니었다면, 나... 하다가 그만 두려고 했다. 그만 두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라서, 그리고 이미 무릎이 안 좋다는 핑계도 확실히 있으니까, 게다가 하루에 1분씩만 늘리겠다고 나쁘지 않은 계획이 있으니까 완벽한 핑계를 가지고 있었다. 해 내는 것보다 그만 두어도 될 이유가 더 많았으니까, 그 핑계들에 의지해서 그만 두려고 했다. 근데 정말 잘 해냈다. 해 낼 수 있었다. 해 놓고 스스로 너무 대견했다. 앞으로 많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오늘을 기억해야지. 포기해도 되는 이유는 찾지 않아도 이미 충분하다. 그래도 나 해 낼 수 있어. 하면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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