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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삶 - 병문안의 어려움 , 혼자일 수 없는 어려움

by Lucky Unicorn 2020. 7. 7.

     코비드로 세상이 말그대로 옴싹달싹 못하게 된지 반 년이 지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생활을 뉴 노멀 이라며 이제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야한다고들 이야기하고있다. 믿고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미 세상은 믿고싶지 않은 쪽을 향해  변해온건지도 모른다.

그 유명한 패스트푸드 햄버거 집 IN-N-OUT도 매장 안에서 식사는 금지되었다. ㅠㅠ

 

대파, 쪽파, 상추, 각종 민트, 바질, 호박, 오이, 딜, 오레가노...요즘 밭(?)에서 뽑아먹는 재미가 솔솔하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나는 내가 코비드가 불러온 집콕 문화에 뜻밖의 적응력을 보이는 나 자신에게 무척 놀랐다. 그 누가 찾지 않아도 어딘가로 무언가 찾으러 다녀야만 직성이 풀리는 내가 코비드 이후로 집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가도 잘 놀고 지내는 경지에 이르렀다니. 심지어 그 코딱지만한 흙바닥에 파를 심고, 상추와 각종 허브,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모히또에 넣을 각종 민트들, 연어 구워먹을 때 쓸 딜, 바질, 고수 등을 야무지게 심어놓질 않나.. 심지어 집 앞마당의 어나더 코딱지만한 흙바닥을 갈아엎어가면서 정원을 꾸미기까지 했다. 

 그런데 말이다... 코로나는 자꾸 사람을 혼자 놀게 만든다는 것이 참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게 뭐가 위험하냐고?  혼자 있는게 제일 안전한 거라고 말하는 요즘이지만, 결국 혼자인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그 생각이 든 건 오늘 병원에 병문안을 가서 든 생각이다. 

저녁타임 교대를 위해 병원으로 출근하는 의료진들 

    젊고 건강한 우리는 모두 늙는다. 늙으면 몸도 마음도 정신도 예전과 같기는 힘들고, 몸도 마음도 정신도 나 혼자서는 도통 해결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만다. 그래서 늙는다는 건, 아름답기가 힘들다. 꼿꼿하기가 힘들다. 똑바로 바른 소리하기가 힘들다. 늙는다는건 힘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남편과 함께 병원에 입원하신 어르신을 뵈러 간만에 길을 떠났다. 현재 LA의 어느 병원이든 코비드 환자가 없는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찾아갈 병원도 그런 곳 중 하나라는 것. 이제 그런 것에 움찔해지기 보다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벌써 더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이제는 몸이 아퍼서 병원에 가게되면, 그 병원에 코비드 병동과 얼만큼 떨어져 있는지가 관건이된다. 사실 떨어져 있다고 해서 안심을 해도 되는건지 어쩐지는 아직 누구도 얼만큼 확실하게 장담할 수도 없다. 그저 안전할 것이라고 믿는 수 밖에. 

병원 안 작은 쉼터. 그러나 예전처럼 앉아서 쉴 수는 없다. 

   주차장에서 마스크와 페이스 쉴드까지 챙기고 서둘러 병동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환자 병문안이  허락된 시간은 지정되어있다. 딱 두 시간. 그러나 그 시간에 맞춰서 병원을 가면, 입구에서 손 소독과 지정된 마스크를 착용시키고 체온을 확인한다. 이것저것 작성하고나서 입원실에 도착하면 벌써 삼십분 정도가 벌써 흘러가 버렸다. 이렇게 꼼꼼하게 확인을 해서 만날 수 있는 방문객은 하루에 딱 한 명. 외부인을 최대한 통제하는 수 밖에 없다는 병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우리는 간호사의 도움으로 남편이 먼저 다녀오고 잠시 후 내가 다녀왔다. 그리고 입원실에 홀로 계신 어르신을 뵈었다. 많은 말을 나눌 수도 없었고, 이미 거동이 많이 불편하신 상태라 누군가가 옆에서 무얼 더 해줄 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기도를 하고, 옆에 다가가 이런저런 말씀을 드렸더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리고 또 찾아뵙겠다고 하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신다. 오지 말라고요? 고개를 끄덕이신다. 나는 그 순간 삶이 이렇게 청명한 것이란 것을 다시한번 깨닫는다. 비록 몸은 튜브와 호스와 각종 장치들에 의지하고 있지만, 저분의 또릿한 정신을 우리는 보았다. 그분의 원래 성격을 알고 있던 터라 더 확신했다. 사람은 신체의 건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지않은가. 비록 몸은 각종 의료장비와 수액에 의존하고 있지만, 아직 멀쩡하시다. 그런 그 분을 홀로 두고 나와야하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혼자 있을 수 없을 때, 혼자 있고 싶지 않을 때, 혼자 일 수 밖에 없으면 어떻하나. 그 생각이 드니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무거워졌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남편과 나는 서로 많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공허하다. 삶에 대해서 마지막에 대해서 여지껏 해오던 생각이 또 다시 정리되고 다시 엉키고있다. 이 혼돈의 시기도 나름의 규칙이 생겨서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구원의 빛이 보일까? 함께하겠다는 말이 어려워지는 시대가 되었다. 혼자가 가장 안전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 살 수는 없는 동물이라고 배우지않았던가. 결국 우리는 같이 사는 방법을 강구해야만 할 것 같다. 같이 잘 살아야 우리가 사는 의미가 있으니까. 이제 단지 코비드로부터 안전하게 지낼 것인가에만 매달릴 일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하면 같이 잘 살 수 있을지가 더 큰 화두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같이 잘...어떻게... 오늘 큰 숙제를 하나 담아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잘 풀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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